“이겼습니다. 언더독의 반란, 레츠 고!” 고석현(31)이 외친 말처럼, 한국 격투기 팬들에게는 잊지 못할 밤이 되었다. UFC 데뷔전에서 그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무패의 신성’ 8연승을 달리고 있던 오반 엘리엇을 제압하고, 전 세계 격투기 팬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그가 보여준 투지와 전략은 단순한 승리를 넘어 UFC 웰터급 판도에 충격을 던진 순간이었다. 이날 UFC 팬들은 ‘코리안 타이슨’의 등장을 직접 목격했다.
지난 6월 22일(한국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힐 vs 라운트리 주니어’ 언더카드 마지막 경기. 웰터급 신예 고석현은 강력한 레슬링과 지치지 않는 체력을 무기로 엘리엇을 3라운드 내내 압박하며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경기 전 배당률은 그에게 극도로 불리했다. 승무패 예측 시장에서는 고석현의 승리 확률을 고작 21%로 봤다. 토토 베팅 사이트에는 전문 스포츠 경기 예측 애널리스트가 경기 결과에 대한 최신 정보와 지난 히스토리를 종합하여 합리적인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 때문에 많은 스포츠 팬들은 이런 플랫폼의 정보를 토대로 자신만의 베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런 습관은 보다 높은 승률을 보장해왔다. 하지만 그는 작년 데이나 화이트의 컨텐더 시리즈에서처럼 다시 한 번 대반전을 만들어냈다.
경기 내용은 완벽에 가까웠다. 1라운드 초반 잠깐의 타격전 이후 고석현은 엘리엇을 테이크다운으로 그라운드에 끌어들였고, 이후 내내 압도적인 컨트롤을 유지했다. 강력한 파운딩과 엘보우, 다양한 서브미션 시도로 엘리엇을 괴롭혔다. 영국 BBC는 “3라운드 내내 지배적인 경기였다. 엘리엇은 고석현에게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으며, UFC 전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라. 그는 많은 웰터급 선수들에게 골치거리를 안겨줄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사실 이 경기는 고석현에게 있어 준비부터 쉽지 않았다. 당초 미국에서 빌리 레이 고프와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비자 발급 지연으로 경기가 3주 연기되면서 상대도 엘리엇으로 바뀌었다. 고석현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며 “엘리엇이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선수인 만큼,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경기에서 자신의 스승 ‘코리안 스턴건’ 김동현의 전매특허 그래플링 스타일을 완벽히 구현한 점도 인상 깊다. 고석현은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 체육관에 가장 먼저 오고, 가장 늦게 나가는 스타일”이라며 평소 성실한 훈련 루틴이 이번 경기에서 큰 힘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김동현은 SNS를 통해 “우리의 땀은 헛되지 않았다. 고석현 최고!”라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번 경기는 다소 어렵게 성사되었지만 UFC 데뷔전을 치르는 고석현에게는 여러모로 얻을 것이 많은 경기였다. 엘리엇이 가진 무패 기록과 UFC 3연승이라는 경력을 통째로 빼앗은 셈이다. 이제 이번 승리로 고석현은 UFC 웰터급 중상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전문가들은 다음 경기에서 곧바로 30위권 내 강자와의 매치업이 잡힐 것으로 내다본다. 경기력만 놓고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한편 이날 같은 대회에 출전한 박준용 역시 이스마일 나우르디예프를 상대로 만장일치 판정승을 따내며 UFC 통산 9승째를 올렸다. 고석현은 “준용 형님 경기 보며 진흙탕 싸움에서도 체력으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날 밤 두 사람의 끈끈한 동반 승리는 한국 격투기 팬들에게 더욱 큰 감동을 선사했다.
전문가들이 분석을 통해 결론 내는 승부 예측은 때로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고석현의 데뷔전은 그 사실을 증명하는 가장 강렬한 사례가 됐다. 그는 이제 단순한 신예가 아니라, UFC 웰터급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이자, UFC 팬들에게는 ‘코리안 타이슨’이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이라는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게 되었다.
한편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엘리엇은 “이번 경기를 준비하며 동료들과 가족, 팀이 흘린 땀을 떠올리게 된다. 결과가 그들의 기대에 못 미쳤지만, 나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더 강하게 돌아오겠다. 싸움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는 단순한 각오 이상의 울림을 남긴다. 엘리엇은 지금까지 UFC 무대에서 보여준 경기력과 연승 기록으로 웰터급 유망주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의 패배는 단지 커리어 상의 ‘1패’가 아니라, 진정한 파이터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그는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패배를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승자가 주목받는 스포츠 세계에서, 엘리엇은 패배한 파이터가 어떻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었다.
진정한 강함은 이길 때가 아니라, 졌을 때 드러난다. 고석현이 ‘코리안 타이슨’으로 격투기 세계에 이름을 새겼다면, 엘리엇은 이날 경기에서 '강한 자'의 또 다른 정의를 새겼다. 끝까지 존엄을 지키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다음을 준비하는 태도. 그것이 바로 엘리엇이 보여준 ‘패자의 품격’이었다.
이번 경기는 결국, 단순한 승무패 기록 이상의 의미를 담았다. 도전자는 기대를 뛰어넘는 승리를 거두며 자신의 시대를 예고했고, 패자는 성숙한 자기 성찰을 통해 다시 일어설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처럼 한 명의 등장과 한 명의 전환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기야말로, 팬들에게 진짜 스포츠의 묘미를 선사하는 순간이 아닐까.
격투기는 때때로 너무 잔인하고, 때로는 너무 아름답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싸움에 매료된다. 이날 밤, 고석현과 오반 엘리엇이 함께 만들어낸 이 명승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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